사라진 ‘복덕방 아저씨’
사라진 ‘복덕방 아저씨’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7.05.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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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에서 ‘종합서비스’로 도약한 부동산중개업 변천사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이제는 ‘부동산’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의 매매·대차·교환을 위한 중개나 대리 사무를 해주는 곳을 ‘복덕방(福德房)’이라 불렀다. 복덕방을 복(福)과 덕(德)을 연결해주는 곳으로 여겼던 것.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부동산 중개업’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유무로 공인중개사 사무소와 일반 부동산 영업소로 구별되고, 최근에는 손가락 하나로 조건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코너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허위 매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남아있다. 이에 법률 자문 변호사들까지 공인중개 시장에 뛰어들고, 수익을 위해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자문을 강화하면서 부동산업계는 과거와 다른 또 다른 경쟁 구도를 맞게 됐다. 또한 전자계약이 자리잡고 시스템의 안전성이 높아지면 개인 간 직거래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후대책, 재테크 수단의 하나가 된 ‘부동산’. 복(福)과 덕(德)을 연결해주던 ‘복덕방 아저씨’는 사라진 것일까?

‘소개영업’ 복덕방, ‘공인중개사’

초기 복덕방은 대체로 노령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일로 하였다. ‘노후에 복덕방이나 해볼까?’하고 노후 취업분야로 여기기도 했다. 1961년 제정된 ‘소개영업법’과 ‘소개영업시행령’에 의하여, 복덕방은 관할관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주도의 각종 건설계획에 힘입어 복덕방도 대규모화되면서 젊은 대학 출신자들이 대거 영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 고도성장 여파로 유래 없는 부동산 가격 급등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는 곧바로 부동산투기 붐으로 이어졌고 중개행위과정에서 각종 불순사례가 속출해 이른바 ‘복부인’과 함께 하나의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도시개발계획 이후 부동산 중개업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1984년 4월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되며 '공인중개사'가 등장했다. 이 법은 공인중개사 자격제와 중개업 허가제를 동시에 도입해자격증을 딴 '공인중개사'와 과거 복덕방을 운영하던 중개업자는 일정한 허가요건을 구비해 모두 부동산 중개업을 허용토록 했다. 그러나 1994년부터는 중개업소에 의무적으로 ‘공인중개사’를 고용토록 했다.

이후 2005년 7월 29일‘부동산중개업법’이 개정되어 부동산거래신고제가 신설 도입되면서 법의 제명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변경됐다.

이제 그 동네를 가장 잘 아는 마을의 터주대감인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객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괜찮은 집을 소개해주던 ‘복덕방’은 부동산중개회사, 공인중개사사무소, 부동산컨설팅 등으로 표기된 간판으로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언어 심사 등을 통해 ‘글로벌 부동산 중개사무소’로 지정된 업소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 지정된 203곳 글로벌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자치구별로 외국인이 많은 용산구 57곳, 강남구 23곳, 서초구 17곳, 송파구 15곳, 마포구 12곳, 기타 구 79곳 등이다.

▲ ⓒ뉴시스

공인중개사 ‘포화상태’···전문성·신뢰성 갖춰야

최근 2년 사이 전국 공인중개사무소가 10%가량 급증했다. 특히 중개수수료가 높은 서울 강남권에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는 9만4,964명으로 지난 2015년 3분기 말(9만23명) 처음으로 9만명을 넘어선 뒤 계속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업소가 가장 성업 중인 서울의 공인중개사무소는 2014년 2만1,762곳에서 올해 들어 2만3,520곳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 서울시내 전체 중개업소의 23%가 몰려있으며, 강남구에만 서울 25개구 개업 중개사무소 중 10%가량이 강남구에 포진해 있다. 도봉구(531곳)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어 월세조차 내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도시는 번화가나 아파트단지 등을 중심으로 공인중개사무소가 상가 건물들마다 길게 늘어선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갈수록 정보가 빠른 젊은 층의 부동산중개업자가 늘어나면서 ‘중장년 고시’로 여겨지던 공인중개사 시험에 2030세대가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제27회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015년 보다 약 4만여 명 늘어 19만 명이 넘었다. 특히 10대는 2015년 143명에서 2016년 517명(261.5%↑), 20대는 13,928명에서 21,936명(57.4%↑), 30대는 44,394명에서 58,665명(32.1%↑) 증가했다. 10~30대는 전체 시험 접수 인원 증가율(27%)을 훨씬 뛰어넘었다.

대학교에서도 부동산 관련 학과가 생겨나 전문가들은 이제 공인중개사들이 한 차원 높은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는 공인중개사의 시험과목은 1차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 2차는 공인중개사법, 부동산공시법 및 세법, 부동산공법으로 구성된다. 부동산학개론을 제외한 모든 과목이 법령과목이고 난이도도 높고 양이 많은 편이어서 일반 학원에서는 기본이론과목의 강좌를 6개월 또는 1년에 걸쳐 강의한다. 학원들도 ‘족집게 강의’와 ‘수강료 할인’, ‘합격률’ 등을 내세워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발품 필요없는 ‘부동산 앱’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손가락 하나로 조건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은 공인중개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방’, ‘직방’ 등 다양한 앱의 등장으로 부동산 시장의 모바일 거래는 점점 더 활발해지면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앱’을 참고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7일 부동산인포가 부동산 정보 수집 경험이 있는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앱을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58명(52.7%)이었다. 이는 지난 2014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것이다.

2014년 26.6%보다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젊은 층으로 주로 구성된 1인 가구는 부동산 앱을 활용하는 수치가 더욱 높았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있는 1인 가구의 77.8%는 부동산 앱으로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직방을 선두로 부동산 중개 앱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앱을 이용해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중개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앱들은 기존 공인 중개업자들에 대해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중개 보수 개념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중개업소에서 매물 정보를 올리는 것에 대한 ‘광고비’가 수익이 된다. 이 때문에 기존의 공인 중개업체와 부동산 앱들과의 상생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동산 앱의 문제점인 허위 매물 거래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포털사이트 부동산 코너도 ‘인기’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코너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특히 점유율 1위인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정보를 얻는 곳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경험이 있는 300명의 표본집단 중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사이트를 참고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193명(64.3%)에 달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안에서 실거래를 할 수는 없다. 네이버 부동산은 부동산114·매경부동산·닥터부동산 등 부동산 매물 업체에 올라오는 정보를 받아 노출하고 있다. 만약 소비자가 매물을 클릭하면 해당 부동산 매물 업체로 이동하게 된다.

2013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부동산 매매, 맛집 예약을 포함한 7개 영역에서 철수했다. 그 후 네이버 부동산은 중개업체의 매물을 노출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중개 업체의 정보를 받아 제공하는 정보라고 하지만 허위 매물에 대한 우려는 네이버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 ⓒ123rf

복덕방 변호사’ ‘부동산 자문 은행’ 등장

부동산 앱에 이어 변호사들까지 공인중개 시장에 뛰어들면서 부동산업계는 과거와 다른 또 다른 경쟁 구도를 맞게 됐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신탁에 이어 부동산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은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부동산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트러스트 부동산은 공승배 변호사가 지난해 1월 출시한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 서비스로 저렴한 수수료로 변호사의 법률 자문과 부동산 거래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야심차게 출시됐지만 곧 바로 공인중개사의 반발이 거세지며 소송전으로 번졌다.

공 대표는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집을 사고팔 때 필요한 법률 자문을 시작했다. 100만원도 안되는 수수료로 변호사가 부동산 거래 시 필요한 법률자문을 해 소비자 환호를 받았다.

1심이 무죄로 판결났으나 공인중개사협회는 반발했고 2심으로까지 이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중개사 자격증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에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 업무 영역 침해이자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난도 뒤따랐다.

이에 국회에서도 중개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 중개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편 은행들은 주로 중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의 일환으로만 부동산 상담을 해 왔으나 2014년 11월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으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뒤이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도 차례로 인가를 받았다.

은행들은 부동산에 관한 세무, 법률 상담, 상권 분석 등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부동산 매매가의 0.5~2.0%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자산의 절반가량이 부동산인 데다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 건만 성사돼도 수수료 수익이 꽤 크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부동산 투자자문업 확대가 기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신한은행은 법인 자격으로 부동산 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문에 직접 중개를 하지는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투자자문 수수료 가운데 60%를 중개업자와 나누는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토부 부동산종합서비스 인증···‘골목 상권’ 생존 위기

‘네트워크형 부동산종합서비스 인증’ 이란 소비자가 원하는 부동산관련 서비스인 부동산 중개, 임대・관리, 평가, 대출, 세무, 등기, 청소, 이사, 세탁 등의 생활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기업 중 국토교통부장관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우수 사업자를 선발하여 인증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부동산종합서비스산업은 일본에서 1990년도에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약 1,300여 기업, 200조 규모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2014년부터는 일본의 부동산종합서비스기업들이 국내로까지 진출하여 현재 6개 기업이 진출해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 부동산종합서비스 인증에는 대우건설, 신영에셋, 코오롱, 푸르지오서비스 등 국내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있어서 부동산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논란도 빚고 있다.

과거 이마트와 편의점이 골목상권에 진출하면서 10년 만에 개인슈퍼들이 모두 폐업했듯이 이제 개업공인중개사와 중소 부동산관련업체들도 부동산종합서비스 사업모델을 구축하여 대기업과 금융사 및 일본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의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대기업·중견기업 위주로 운영돼 당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123rf

부동산거래 전자계약 전국 확대 시행···개인 간 직거래도?

한편 국토교통부는 올해 종이계약서와 인감도장 없이 온라인 서명으로 이용 가능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IT시대에 걸 맞는 전자계약은 매매와 전·월세 거래 과정에서 안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무자격 업자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오는 8월 전국적으로 시행 예정인 부동산 전자계약은 한 마디로 종이계약서가 아닌 컴퓨터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이다.

계약서는 정부 지정 전자문서보관센터에 무료 보관돼 위ㆍ변조, 이중계약 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임차인은 전세자금대출 이자까지 수백만원을 할인 받는 것은 물론, 등기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확정일정이 자동 신고되기 때문에 주민센터를 가지 않아도 되며, 중개업자는 실거래가가 자동 신고된다. 행정기관도 전자계약 현황을 온라인상에서 살펴보면서 지도ㆍ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전자계약을 통해 공인중개사의 정보가 공개돼 꺼리는 분위기다.

의뢰인과 공인중개사와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이다. 이 때문에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믿었다가 평균시세보다 웃돈을 주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도 있어 지혜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전자계약이 자리잡고 시스템의 안전성이 높아지면 개인 간 직거래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네 정보통이자 복과 덕을 전해주던 ‘복덕방 아저씨’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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