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사회의 품격
양성평등, 사회의 품격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7.04.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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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역할 고정관념 재정비···차이 아닌 통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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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평등사상의 범위 속에 여성을 포함한 것은 자본주의사회가 성립하면서 여성의 노동참여로 인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치며 계급을 없애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이어져 왔지만 어디까지나 남성의 입장에서의 평등이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1920년이었다.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역사다. 이후 영국에서는 1928년, 프랑스는 1946년에야 참정권이 보장됐다. 현실적으로도 아직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와 차별되고 있기 때문에 남자와 법률적·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양성평등(兩性平等), 남녀평등(男女平等)으로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남녀는 평등할까?

재밌자고 한 ‘성희롱·성차별’···무감각한 대중매체

최근 대학가에서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거나.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하는 사건 소식들이 자주 들려온다. 연예계에서도 일부 연예인의 경솔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성희롱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여성 방송인들의 성추행 논란은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연말 개그우먼 이세영의 아이돌 성추행 논란에 이어 배우 김윤석의 ‘무릎 담요’ 발언 논란, 또한 지난달에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그녀가 남성 연예인들에게 공격적으로 ‘대시’하거나 저돌적인 신체접촉 등의 행동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여과없이 방송되어 왔다.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농담 또는 재미를 주기위해 했던 발언과 행동이었으나, 되레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 큰 질타를 받았다.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등의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프로그램들의 부작용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진의 편집으로 거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막이나 컴퓨터 그래픽 등을 넣어 한 술 더 떴다는 것이다.

특히 웃음을 주는 직업인 ‘코미디언’의 개그 경계선은 성희롱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렵다보니 그동안 남성이 여성에게 했으면 성추행으로 연예계 생활을 마무리했을지 모를 부적절한 행동들도 웃음과 방송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 5∼11월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에서 방영된 드라마 132편을 분석한 결과 갈등 유발자 중 여성은 61.8%, 갈등 해결자 중 남성은 64.2%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각 방송사의 22개 드라마를 모니터링 한 결과 드라마 제작자의 68%가 남성, 작가의 69%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돼 불균형이 심했다. 드라마 속에서 남성은 주로 의사 검사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문직, 여성은 판매사원 아르바이트 등 비전문직으로 묘사됐다. 또한 진흥원은 드라마에서 104건, 예능에서 22건의 성차별적 내용을 발견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행온 ‘성희롱’에 남녀를 막론하고 더 이상 피해자들에게 농담으로 넘기지 못해 ‘과민반응’한다는 시선이나 이를 묵인하는 사회 분위기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한 성차별적 드라마들이 많다. 대중매체의 영향령이 큰 만큼 성차별적 내용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남성은 성희롱 피해에 무디다?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 400개와 민간사업체 1200개를 대상으로 한 ‘2015 성희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남성이 본인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7844명 중 6.4%가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 그중 여성은 9.6%, 남성은 1.8%였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의 78.4%가 성희롱을 신고하거나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밝혔다.

여기서도 남녀 간의 차이가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경험자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간 이유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48.7%로 가장 높았지만 남성의 경우 72.1%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였고 여성의 경우 50.6%가‘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가 접수된 성희롱 사건이 17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성희롱 진정사건은 총 173건이었고, 조사대상 57건 가운데 실질적 구제가 이뤄진 사건이 총 38건으로 실질 구제율은 약 67%였다. 38건 중 4건은 조정위원회의 조정, 4건은 조사관의 합의 중재, 9건은 조사 중 해결로 피해자가 원하는 사과 등을 받게 했다.

성희롱 사건의 특징은 고용주·상급자 등이 권력관계를 악용해 부하 직원을 성희롱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남녀 관계의 문제가 아닌 수직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6000여 명의 직장인에게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희롱을 겪었다는 응답이 여성 15.9%, 남성 22%로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직장 내 지위가 높아지면서 여성 상사와 남성 부하의 관계 속에 이뤄지는 성희롱 사건도 많아지고 있다. ‘영국사회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지난 연구에 따르면 위계질서가 엄격한 환경에 있는 여성 상사일수록 남성 직원을 성희롱 하는 경향이 높았다. 마초적인 직장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상사는 남성 계급 문화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남성성 심리학(Psychology of Men and Masculinity)저널’에 실린 최신 연구논문에서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 연구결과 특정한 곳에 소속감을 느끼는 남성들은 좀 더 신고를 잘 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양성평등에 관심을 갖는 남성일수록,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남성일수록 성희롱 사건에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매력적인 이성에게 휘파람을 부는 남성들과 똑같이 여성들도 휘파람을 불어야 한다는 것이 ‘양성평등’은 아니다. 휘파람을 부는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이며 잘못된 성의식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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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불평등 지수, 한국 세계 10위?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제1차 ‘양성평등 실태조사(전국 4004가구 만 19세 이상 남녀 7399명을 대상으로 2016년 9~10월 실시)’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4%에 불과하고 여성고용과 사회참여에서도 남녀 불평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사회 불평등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응답도 84.5%에 달했다.

또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여성은 ‘가사 및 육아에 남성 참여 저조’(27.4%)를, 남성은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적 표현’(21.3%)을 최우선 개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이, 60대 이상보다 30대 이하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21.0%는 ‘현재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하다’고 답했고, 5년 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38.5%가 ‘양성 평등해 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여성정책연구원이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 불평등 지수(Gll)'로 한국이 0.067점으로 세계 10위이며, 아시아에서는 남녀평등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는 자료를 내놨다. 이는 2016년 23위에 비해 13계단이 오른 결과이다.

여성정책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성 불평등 지수가 높게 나타난 것은 신생아 10만 명 당 산모 사망자 수가 11명에 불과하고, 청소년 출산율은 1.6명에 불과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결과에 국내 일각에서는 ‘잘못된 통계’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16년 6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144개국 가운데 116번째로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제 성 평등 지수를 통해 본 성 불평등 실태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젠더 격차지수(GGI)가 0.649로 세계 최하위”라며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혼 후 스스로 전업주부가 되기를 원하고, 결혼자금에 있어서 남성이 집장만을 해야 한다는 인식 등 경제력은 남성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보는 여성. 또한 ‘여자가 어디서?’라며 남성우월주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거나, 양육과 가사활동은 모두 여성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보는 남성.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특징들이 이러한 통계에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차별, 누군가를 ‘비하’하면서 구별하려는 행위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평등한 가정이 얼마나 될까? 세상은 수천 년 전부터 모든 사람은 ‘법(法) 앞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해오면서도 남존여비사상이 지배해왔다.

농업사회를 기반으로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은 오랫동안 이어져왔고 남녀의 역할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바뀌어왔다. 양성평등에 대한 가치관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규범이나 산업구조, 가족의 형태 또한 변화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많은 부문에서 구분이 없어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녀의 차이는 어떠한 면에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로 인해 생긴 역할에 대한 평등성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차이 자체를 부정하면 해답은 영원히 없을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남성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데 똑같이 출산의 고통을 느끼라 강요하는 것이 아닌 부모 양육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사회에서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소모적인 성 대결 논쟁에서 벗어나 여성성과 남성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공평한 접근, 가정과 사회 속에서 남녀 역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떠한 대상을 등급이나 수준 등으로 차이를 두어 구별하려는 ‘차별’. 비록 부당하더라도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은 차별이 있을까? 모든 차별이 철폐되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여전히 그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메릴랜드 법대 데버러 헬먼 교수는 어떤 경우에 차별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어떤 경우에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논증하고, 차별을 설명한 기존의 논의가 설득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누군가를 비하하면서 구별하려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차별에서 ‘비하’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차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명단을 ‘가나다 순’으로 순서를 정하거나, 기업에서 지역출신 구직자를 우대하는 등의 허용되는 차별과 허용되지 않는 차별이 있다. 또한 차별이 비하를 불러올 때, 이는 부당한 것이고, 이는 우리가 서로를 평등하게 대해야한다는 도덕규범과 충돌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차별은 그것이 비하가 될 경우에 부당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비하여부는 맥락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페미니즘 열풍,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아직은 ‘남녀평등’이라고 볼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비율이 낮아진 것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은 경제적인 자립에 대해, 남성은 가사·양육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등 성차별 개선욕구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애·주택 비용같이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이 부담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비용을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도 전체의 73.9%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회 불평등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응답도 84.5%에 달했으며,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도 더 많이 느끼고 외모 만족도도 더 떨어지는 등 삶의 만족도는 여성이 더 낮았다. 또한 ‘이 사회 불평등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응답도 84.5%에 달했다.

최근 ‘여성혐오’, ‘남성혐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성(性)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경쟁주의로 내몰린 남성들이 국제적, 국내적 정세변화보다 여성을 경쟁상대로 지정하고 혐오하게 되는 ‘여성혐오’로 나타나거나 반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남성혐오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최근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자 하는 북유럽의 움직임에 국내 일각에서는 ‘남녀평등’을 거론하며 “안보위협이 큰 우리나라도 여성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차별이 화제가 되면서 여성의 혜택이 더 많다고 호소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여성혐오’ 뿐만 아니라 ‘남성 혐오’도 문제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진다. 나아가 남녀의 차이가 아닌 사람의 차이에서 문제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품이 좋고 인품이 뛰어난 사람들이 사는 사회의 품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평등은 차이를 극복한 품격높은 사회 안에서 이룬 통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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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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