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내면 욕 먹는다
티내면 욕 먹는다
  • 정인옥 기자
  • 승인 2016.12.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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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토피아 DB

[뉴스토피아 = 정인옥 기자] 불행한 금수저보다 행복한 흙수저가 나아

이제 국어사전에도 등장하는 ‘금수저’, 원래 금수저, 흙수저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영어 속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금, 은, 동의 순은 메달의 순위에도 등장한다. 촛불민심을 하나로 통합시킨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는 최근 가장 유명한 금수저일 것이다. ‘자괴감’이 들게 만든 두 모녀의 몰락은 금수저 답지 못한 이들의 끝을 보여준다.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신의 환경을 탓하게 된다.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너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음에도 풍족함을 즐길 수 있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금수저’. 그러나 우리는 점차 인생의 행복은 수저론과 상관없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돈’이 기준인 수저계급론

보통 수저론의 등급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금수저를 넘어선 상상이상의 재산을 가진 다이아수저, 아다만티움수저 등도 언급되기도 한다.

보통 금수저와 흑수저의 기준은 재력이다. SNS상에서는 자산 10~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2억을 금수저, 자산 5~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8천만원은 은수저, 자산 5천~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원을 동수저, 자산 5천만원 미만은 흙수저로 등급이 매겨진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뉘고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인 ‘금수저’. 반면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흙수저’.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물려받은’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수백억원의 자산을 가진 부모라고 해도 자녀에게 1만원 한 장도 거져 주지 않는다면 이를 ‘금수저’라고 할 수 있을까? 반면 넉넉지 못한 부모가 자신은 굶을지언정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억척스럽게 뒷바라지를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흙수저’라고 불평하도록 두어야 할까?

물론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믿을 구석이나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보험을 들어 둔 것처럼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기준이 ‘돈’이라는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씨의 딸 정씨처럼 재력, 권력, 학연, 지연 등을 이용해 어떠한 자리를 쉽게 얻는 것은 결국 완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구조적 모순 ‘최순실 사태’로 ‘상대적 박탈감’

최근 최순실 사태로 인한 상대적 허탈감에 국민들 중에는 ‘집단 우울증’ 증상까지 있다고 한다. 유행어가 된 ‘내가 이러려고 00가 되었나?’, ‘자괴감 든다’ 등의 말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국민들도 느끼는 우울감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또 다시 집단 무기력 현상이 국민들 틈에 스며들고 있어 우려된다.

농담처럼 던졌던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등의 말들이 국가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커다란 사실의 형태로 현실로 다가오면서 경악에서 ‘분노’로 발전했다. 더군다나 정씨의 입학비리와 수많은 특혜는 학생들에게까지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부모의 기준으로도 모순으로 다가오는 ‘금수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회 구조의 모순을 겪게 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고 있는 의혹에 대한 냉정한 심판은 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처방전과 같아 보인다.

 

고소득층 72.3%는 ‘본인의 노력 아니야’

세계적으로 ‘금수저 인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자랑거리인 이러한 행위는 정씨가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처럼 보인다.

실제로 지난 29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펴낸 ‘2017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층에 포함된 사람 가운데 72.3%는 ‘부모가 부자여서’ 였다. 자신의 노력으로 고소득층이 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27.7%에 불과했다.

반면 빈곤층을 대상으로 ‘빈곤층이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4.5%가 ‘부모가 가난해서’라고 답했다. 45.4%는 ‘본인의 노력이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대가 변해도 ‘개천에서 난 용’은 있다

심리학자들은 흙수저여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해서 흙수저라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금수저의 기준이 되는 요소 중에 건강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의 입에서는 ‘건강이 젤이야’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똑같은 출발선이라도 나아가는 속도와 방향이 다르듯이 출발선이 다르다고 해서 똑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개천에서 난 용’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지금도 분명히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분야가 달라진 것이지 불가능 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쉽게 용이 될 수 있었는데 현대에 들어서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정도로 성공은 어렵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부모덕에 어려움을 모르는 ‘금수저’보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흙수저’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흔히 ‘낙하산’이라고 하는 관행은 오히려 예전이 더 심했다. 일각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취업난과 고용난은 동시에 발생한다.


[뉴스토피아 = 정인옥 기자 / jung@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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